일시 : 2009, 5, 3
날씨 : 맑음
상원사 답사를 마치고 찻집 옆으로 난 길을 따르면 중대 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으로 갈 수 있다.
계단을 오르고 돌이 삐죽삐죽한 산길을 쉬엄쉬엄 20여분 오르면 전각 처마가 마치 계단을 이룬것 처럼
층을 이루고 있는 중대 사자암에 도착하게 된다.
오대산(1,563)은 우리나라 불교의 초대 순례지일 정도로 불교와는 인연이 깊은 산이다.
오대산의'오'라는 숫자는 석가모니, 관음보살, 문수보살, 대세지보살, 지장보살 등 이른바 오류성중을 뜻하고,
'오대'란 이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자장율사가 오대산 자락에 전망이 좋은 평평한 대지 다섯 곳을 골라 각 방위에 따라 동대 만월산, 서대 장령산, 남대 기린산,
북대 상왕산, 중대 풍로산이라 칭하고 각 대에 암자를 두고, 중대에 중국에서 가져온 석가의 정골사리를 봉안했다.
다섯암자의 이름은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 그리고 중대 사자암이 그것이다.
사자암 바로 위에 있는 적멸보궁은 석가의 정골사리를 봉안한 곳이다.
<1> -불교환경연대 이련님 글-
삼국유사에 이르기를, 중대 풍로산(風爐山, 혹은 지로산)은 비로자나불을 상수로 1만의 문수보살께서 상주하시는 곳이라 했다.
또 그 남쪽 아래 진여원(眞如院, 지금의 상원사)에는 새벽마다 문수대성이 36가지의 모습으로 화하여 나타난다고도 했다.
오대산은 신라의 자장스님이 중국 산서성 오대산(‘청량산(淸凉山)’이라고도 한다.)에서의 신앙체험을
우리나라 땅에 그대로 가져와 구현함으로써 성지화(聖地化)한 곳이다.
중국 청량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시고, 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정골사리와 가사, 발우을 얻으셨다는 설화가
오대산 성지화의 출발이다.
그 때 스님께서 얻은 부처님의 정골사리가 중대 적멸보궁 어딘가에 모셔져 있다고 하는데, 아무도 본 적 없고,
누구도 정확하게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며, 한 번도 확인된 적 또한 없다.
오로지 믿음만이 천년을 넘게 이어져 내려왔다. 천년을 넘게 이어져 온 ‘믿음의 성지’를 돌보고 지키는 곳이 중대 사자암이다.
문수보살은 지혜의 화신이다. 대승불교 초기불전에는 단독으로 등장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여러 대승 불전에 대행(大行),
곧 실천의 구현자인 보현보살과 함께 석가모니부처님을 곁에서 보좌하는 협시불로 나타난다.
대승불교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은 진리의 본체이신 법신불, 곧 비로자나부처님의 화신이시다.
하여 불화(佛畵)에 보면, 석가모니부처님 곁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각각 좌우 협시불로 그려지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비로자나부처님의 좌우 협시불로도 그려지는 것이다.
금강산의 가장 높은 봉오리 이름이 비로봉인 것처럼 중대 사자암 위쪽에 있는 오대산 최고봉의 이름 또한 비로봉(해발 1563m)이다.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비로자나 법신불에 빗댄 것이다.
사찰 벽화를 보면 문수보살은 푸른 사자를 타고 있는 모습이고, 보현보살은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문수신앙의 출발지인 중대의 암자가 ‘사자암(獅子庵)’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푸른색과 흰색이란 설정은 오행사상의 영향이다. 부처님의 왼쪽을 동쪽으로, 오른쪽을 서쪽으로 보고,
동쪽이 목(木)이니 청색이요, 서쪽이 금(金)이니 백색이라 한 것이다.
어쩌다 사자는 지혜의 화신인 문수보살을 태우는 영광을 얻게 되었을까?
초원에 아침이 찾아오면 풀밭은 온갖 동물들이 내지르는 소리로 아주 시끄럽다.
그러나 그 시끄러운 와중에 사자가 한소리 크게 울부짖으면, 즉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면 뭇 짐승들은 일순간에 잠잠해 진다.
그렇듯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제 잘났다고 떠들어대도 부처님의 사자후 한소리엔 모두가 조용해지고 만다.
부처님의 사자후는 진리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상원사에서 중대 사자암 오르는 길
중대 사자암의 전각
비로전. 예전에는 이곳에 작은 암자 형태로 사자암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세월의 흐름은 사자암의 규모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비로전 앞의 석등
사자암을 상징하듯 비로전 좌,우 양쪽에 사자상이 수호하고 있다.
기도중인 스님과 비로자나 불상
계곡물을 끌어 올렸다는 샘물. 적멸보궁으로 가는 이들의 목을 축여준다.
중대 사자암 전경